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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불안과 설렘 사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내 몸의 세포 하나부터 나를 둘러싼 환경 하나하나까지 변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말만큼 많은 해석을 낳는 것이 없는 듯합니다. 변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허무함을 줍니다. 젊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합니다. 언제나 젊고, 언제나 뜨거울 수는 없습니다. 변해가는 자신을 바라보고, 상대를 바라보고, 세상을 지켜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많은 종교와 철학에서는 변화와 일정하지 않은 세상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도 그런 개념일 겁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이 말은 우리에게 불안과 초조라는 부정적인 감정과 설렘과 기대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나타납니다. 같은 사건이라고 하여도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그 일을 그만두는 것도 모두 그렇습니다. 나의 감정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정과 긍정은 그야말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감정이 아닙니다. 붙어있는 감정입니다. 부정에서 고개만 돌리면 긍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강화되는 것에는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의 영향도 있습니다. 부정적 경험이 걱정이라는 감정이 되어 나를 함몰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아주 적절한 속담이 있습니다. 바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입니다. 자라에게 물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자라와 비슷한 솥뚜껑에도 놀라는 것입니다. 자라와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솥뚜껑이 두려울 리가 없습니다. 자라 생각만 해도 신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솥뚜껑도 반갑고 말입니다. 긍정적인 경험이 많은 경우에는 불안이 설렘으로 바뀝니다. 또 좋은 일이 있을 거로 기대하는 겁니다.     삶에서 불안은 줄어들고 설렘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면 부정의 기억을 긍정의 기억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에 대한 나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힘들었던 일도 돌이켜보면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에는 모든 것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긍정적인 일만이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일도 모두 현재의 내가 되었고, 내가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분명한 진실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고, 이를 되풀이하여 생각하면, 부정적 사고 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게 더 무서운 일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것은 좋으나 트라우마를 계속 반복하여 헤집는 것은 더 깊은 수렁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헤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나를 빨아들이는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어둡고 컴컴해져서 무섭고, 불안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하여 더 힘이 듭니다. 부정적 경험보다 무서운 것은 부정의 기억입니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이런 경우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만큼 부정적 감정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감정의 총량이 있어서 억지로 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즉, 힘들고 불안할 때는 긍정의 표현을 주문처럼 외우는 것입니다. 단지 긍정적 표현을 떠올리고, 입 밖으로 내었을 뿐인데, 부정적 감정은 저만치 달아나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에서는 주문을 외우고 기도를 하였을 겁니다. 신께 의지하고, 부처께 귀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힘이 났던 겁니다.   새해가 되고, 새 학기가 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 여행을 떠날 때도 우리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부정의 감정에 물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부정의 감정에 계속 물을 주면 부정의 꽃이 필 수밖에 없습니다. 긍정의 감정에 뿌리부터 여러 번 물을 주어야 합니다. ‘앞으로 잘 될 거야. 그동안 그랬듯이 힘든 일이 있어도 끝내 모든 것은 다 도움이 되었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좋은 일도 많아.’ 가슴 설레는 오늘 하루가 되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불안 부정적 감정 부정적 경험 부정적 사고

2024-02-18

[기자의 눈] 같은 상황, 다른 결과

목이 따끔한 게 ‘혹시 코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힘이 없고 열도 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감염자가 늘다 보니 걱정은 마치 현실이 되는 듯했다. 과거 한차례 감염 경험이 있던 터라 재감염에 대한 우려는 더 컸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던데’, ‘면역력이 더 떨어지면 어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삽시간에 덮쳤고 일주일 내내 눈만 뜨면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꺼냈다.   결과는 항상 ‘음성’이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감염됐다고 단정 지은 듯 회복되지 않았다. 급기야 검사결과가 잘못됐을 거란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문득 부정적인 생각이 정상적이었던 현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정 바라는 것이 감염되지 않은 것인지, 감염된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착각이 들었다.     인간은 하루에 많게는 6만 가지가 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국립과학재단에 따르면 이 중 80%가 부정적인 생각이며, 생각의 95%는 이전에도 했던 것을 반복한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 7시간을 제외한다면 1초에 1번꼴로 생각을 하고, 10번 중 8번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된다. 행복이 생각을 통제하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부정적 사고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잘 알려진 사례는 과거 캄보디아에서 냉동창고에 갇혔던 선원이 숨진 사건이다. 냉동고는 고장이 나 내부 온도가 섭씨 18도가 넘었지만, 선원은 자신이 냉동창고에 갇혔다는 사실에 극도의 추위를 느끼다 결국 숨졌다고 한다.     이는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약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현상 ‘노시보 효과’를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경우 뇌졸중 확률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부정적인 생각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자극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더 강조하는 효과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낙관주의자이자 세계적인 강연가 사이먼 샤이넥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편향에 따라 반사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스키선수들에겐 ‘나무를 피해’가 아니라 ‘눈길을 따라가’라고, 파일럿에겐 ‘장애물에 충돌하면 안 돼’가 아니라 ‘하늘로 날아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1991년 일본 아이모리 현에 태풍이 몰려오면서 그 지역 사과 농사를 다 망쳤다. 재배 중이던 사과의 90%가 바닥에 떨어져 주민들은 근심에 빠졌다. 하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보며 달리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강력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보며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수험생에게 팔았고, 일반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모든 상황에는 동전처럼 양면이 있다. 같은 어려운 상황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어려움 속 부정적인 생각은 본능이겠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유도 우리에게 주어졌다.     의지를 갖고 부정적인 생각을 헤집고 나온다면, 분명 가려져 있던 긍정적인 길을 볼 수 있다.   장수아 / 사회부기자의 눈 상황 부정적 사고 합격 사과 지역 사과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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